"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채용됐네.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겠지. 술한잔 하자!"
후두두둑 떨어지는 장마비와 함께. 띠리리링 날 께운 문자는. 퇴짜. 지난번 면접을 봐 두었던 곳에서 연락이 온 것입니다. 선배를 통해 본 면접이었는데. 첫 면접이라 '잘 못봤다'고 생각했고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그 느낌은 또 다르네요.
"괜히 고집피우지 말고, 부르는데 있으면 빨리 가라."고.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입니까. 나는 아직 20대 청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아직은 팔딱팔딱 뛰고 있는 심장에선 "그래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하고 채찍질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물론 지금 당장 생활이 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 이번달 사글세도 못냈고요, 지난달 썼던 카드값도 여전히 절반 정도는 남아있고요. 가스비는 세달째 밀려 이번달엔 독촉장이 날아 왔고 등등등. 집에 쌀만 있지 새로운 반찬을 해먹을 여유도 없습니다. (쓰읍... 이러니 너무 가난해 보이는데...)
물론 아직 이번달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월급이 참 적기도 했습니다. 100여만원 겨우 넘는 월급에서 쪼개 넣던 청약저축은 못 넣은지 3개월째는 되는 것 같고, 꼴에 미래는 준비해 보겠다고 연금보험은 절반으로 뚝 잘랐는데도 넣기에 허덕허덕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흥청망청 살았냐면 또 그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이런 경제적 사정 때문에 벌써 꿈을 버리고 편안하게 살겠다고 하면 그건 너무 비겁하잖아요. 나는 아직 젊은데.
간호사 친구는 그럽니다.
"너 간호사 해라. 절대 굶어죽지는 않는다."
그리고는 '편입하면.... 우리 동기 중에도 서른에 편입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겸한 친절한 진학지도. 하지만 끌리지는 않거든요. 나는 아직 굶어죽지 않으려고 일 하는 건 아닌데.
어제는 또 다른 친구가 '사보기자'를 제안했습니다. '100대 상장사 안에 드는 기업이고 월급도 탄탄, 대학 학벌도 안보고 성실성 측면에서 학점만 본다더라 해볼래?'라는 미끼를 가지고 전화를 했더랬죠.
"고마운데... 사보기자는 여기에선,,,, 젤... '막장'이야. 기자들 사이에선 안쳐줘. 다시 기자로 돌아올 수 없어."
그랬더니 이친구 "그래? 그럼 가지마라"하는 겁니다. 저도 약간 미련이 남죠. 안정된 직장, 월급. 하하 그래서 다시 살짝 '어디냐 어떻게 아냐 한번 넣어볼까'했더니 이친구 의외로 단호합니다.
"야, 너는 굶어 죽더라도 니가 하고 싶은 일 해라. 나는 그 모습을 보고싶다. 굶어 죽겠거든 내가 밥은 사줄테니 꿈은 버리지 마라."
한창 회사 다닐 때 보던 웹툰이 있습니다. 주호민 작가의 <무한동력>. 현실에 안주하며 안정을 찾는 20대 하숙생을 향해 무한동력기계라는 이룰 수 없는(혹은 힘든) 꿈을 쫓는 50대 하숙집 주인 아저씨는 이렇게 묻습니다.
"자네, 나중에 죽을 때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먹은 밥 한끼가 생각나겠는가."
나는 나중에 죽을 때 꼭 못 먹은 밥 한끼가 생각나도록 살 겁니다. 못 이룬 꿈 없이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보면서 살고, 나중에 나중에 죽을 땐 꼭 그때 내가 밥을 못 먹었었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근데,
비는 철철철 내리고 우리집은 비가 새 들어 오네요. 창창하게 보이던 한강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네요.
참 먹먹하게도.
구체에서추상으로
Trackback 0 and
Comment 2







Prev